“기억의 전유”

Appropriation of Memory

이 근 용 <미술비평, 전시기획자>

2013

 

현대미술에서 ‘기억’은 매우 중요한 주제다. 아름다운 기억, 즐거운 기억, 슬픈 기억, 아픈 기억,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가 되어버린 기억, 그리고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지배하는 트라우마까지 다양한 기억이 미술 안에 있다. 어떤 작가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어떤 작가는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표현한다. 또 어떤 작가는 ‘기억’을 통해 현재를 유추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억’은 현대미술에서 흔히 등장하는 주제이지만, 그 생명력이 식지 않는 이유는 작가들이 공공의 기억이 아닌 개인의 기억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기억은 공공의 기억과는 달리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경험하고 다르게 판단하는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작품으로 구현된 개인의 기억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고 서로 다르게 읽힘으로써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관람객은 ‘차이’ 속에서 공감하고, ‘차이’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차이’를 즐긴다.

 

여기, ‘기억’을 말하려는 또 한 명의 작가, 박진희가 있다.

작가 박진희의 ‘기억’은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다. 그녀의 작품 소재로 등장하는 옷감, 레이스, 문양, 직물들은 그녀의 주변에서 그녀를 감싸주었던 어머니의 숨결이다. 그녀는 그것들을 통해 위안받고, 불안한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기에 그것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남달랐고, 예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즈음, 그녀는 그 ‘기억’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 보아왔던 직물들을 손으로 직접 짜고, 그것을 원목 프레임 안에 넣고 밀랍으로 고착시켰다. 그 기억의 단편들은 꿀벌의 그것처럼 밀랍에 의해 보호받고 보존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작품으로,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담은 오브제로 탄생한다.

하지만 작가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기억’이 구체적인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바느질과 뜨개질은 점차 무엇을 만들기 위한 행위가 아닌 행위 자체로 남게 되고, 그 행위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 위안받고 자신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목표 없는 행위. 그녀는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마음을 비우고 안정을 찾는다. 작가로서 자신의 길을 찾는 순간이다. 

그녀의 행위는 목표를 가지지 않기에 완성된 형태도 구체성을 상실한다. 덜 만들어진 듯한, 용도를 알 수 없는 직물 오브제들은 추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것은 논리적 추상이 아닌 무의식적 과정의 결과이기에 보는 이에게 감성적 판단을 유도한다.

 

나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박진희의 작품을 보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찾았다. 첫 번째는 바느질과 뜨개질이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페미니즘 미술의 연장선이 아니라 ‘기억’의 매체로서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을 기억 속에 가둬놓지 않고 현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기억’의 ‘전유’라는 측면에서 ‘작가 박진희’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전유’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현재의 시점으로 옮기고 그것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박진희에게 있어 ‘기억’은 단순한 과거 이상의 의미로 쓰이게 되며, ‘기억의 전유’는 박진희가 작가로서 거듭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Appropriation of Memory”

Geun Yong Lee <Art Critic, Curator>

2013

 

In contemporary art, 'memory' is a very important theme. Art contains various kinds of memories. Beautiful ones, sad ones, happy ones, ones that have become the past and do not exist anymore, and even traumas that control the present. Some artists express 'memory' in order to treasure it. Some try to escape and get out of it. And the others analogize the present from 'memory.'

Like this, 'memory' is a common theme that appears in contemporary art. Yet, the reason why its liveliness never seem to cease, is because the artists focus on their personal memories, not on the common ones. Personal memories, unlike the public ones, bring differences and diversities when experiencing and judging the situations, even if the situations are the same. Therefore, personal memories visualized in artworks can be expressed and delivered in different ways, and that is the source of its liveliness. The viewers agree and respond to the difference, and communicates in it. And most of all, they enjoy that difference.

 

Here is another artist Park Jin-hee who wants to talk about 'memory.' 

For artist Park Jin-hee, 'memory' is the images of her mother. The materials she uses for her works, such as clothing, lace, pattern, and fabric are the breath of her mother, who has always shielded her close by. The way she saw them was extraordinary, because she could feel relieved and comfort herself by watching them. And when she was trying to come up with an idea about the art, she began to pull that 'memory' into her works. She weaved the fabric she saw when she was young, put that into the wood frame and attached it by beeswax. The pieces of the memories are preserved and protected by beeswax, just like the protection bees get from it. And it becomes an artwork that contains her own precious memories.

However, the artist came to feel that her 'memory' is getting off-track from its delicate, concrete form. Her sewing became just an action itself, not a way of making something else. By doing that, the artist began to comfort herself. An action without purpose. Through this process, she empties her mind and finds peace. It was the time when she found her own way as an artist.

Her actions do not have a purpose and therefore the completed form does not contain concreteness. Her fabric works looks as if they are not finished and it is hard to know the use of them. The objects remind us of abstract images. Yet, they are not logical imaginations, but the results of an unintended process. Still, that is the reason why her works induces the viewers to make emotional judgments.

 

I found two possibilities while observing the works of Park Jin-hee, which were created in a short period of time. First, she uses sewing as a medium of 'memory', not as an extended way of feminist art. Second, her 'memory' is exists in the present, not trapped in the past. In particular, the latter one serves as a special meaning to the artist, since it is an aspect of 'appropriation of memory.' 'Appropriation' is not a mere repetition but bringing the old forms into the present and giving them a new birth. It is a creation. Therefore, for Park Jin-hee, 'memory' is more than just a thing from the past, and 'appropriation of memory' will provide her with a base for becoming a fine artist.

 PARK JINHEE  E-mail : jinhee8900@gmail.com | www.parkjinhee.co.kr | © 2016 by PARK JINH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