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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Fragment Series

 

 

  나의 작업은 지극히 사적인 내면에 존재하던, 유년에서 기인한 소재들에 대한 기억들로 시작했다. 비물질적인 기억과 그 기억의 단편들로 연결된 시간의 잔상들, 그리고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년시절부터 늘 나의 주변에 존재했던 섬세하고 따뜻한 기운의 물질적 소재들은 모두 작품의 재료가 된다.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실, 직물, 밀랍, 레고블록, 목재 등 지극히 일상적이며, 특별하지는 않지만 따스한, 작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물질들은 나의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기억을 대변한다. 어느 누구나 가져본 적 있을 두렵고 불안했던 절망적 시간에서, 이러한 기억들을 통해 위안 받았던 나는 다양한 기억을 지니고서 생성되는 작업을 통해 예술과 삶의 필연적인 요소를 고찰하며, 이는 곧 삶에 대한 총체적이고 세밀한 감정적 연구가 된다.

 

  작업의 과정에서, 손뜨개질로 직접 짠 무수한 실로 이루어진 직물 조각들을 작은 나무상자에 넣어 밀랍 아래 고착시켜 감추거나, 혹은 레고블록으로 만들어진 액자 틀로 손뜨개질된 직물을 감싼다. 촘촘히 짜여진 직물 속 보일 듯 말 듯 새겨진 텍스트나 나무의 결은 내면에 부유하는 편린들을 구체화시키거나, 모호하게 흐려내는 것을 관람객들에게 암시해주는 일종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여기서 작업에 쓰여지는 재료들이 보이는 물질성은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견고하게 엮여 있거나 쌓여져 있는 듯 하지만 외부의 타격에 의해 쉽게 풀어지거나 무너질 수 있는 소재다. 또한 마찬가지로 타자의 접촉에 의해 쉽게 그 순수성이 흐려질 수 있는 하얀색 혹은 검정색 등의 단색의 작업이 대부분인 것 등 이러한 물질성들에, 강인해 보이는 듯 해도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종국에는 흐려짐을 맞이해야하는 실제의 삶과도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다시금 작업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또 하나의 과정은, 반복적인 레고 블록 ‘쌓기’와 실 ‘뜨기’ 인데, 이것은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복적인 신체의 움직임에 의한 중첩의 결과물을 밖으로 드러낸다. 이로 인해 화면에서 생겨나는 시간성은,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신체의 궤적으로 말미암아 다시금 새로운 공간성을 낳는다. 이것은 여러 층(layer)에서 보이지 않는 여러 겹의 막을 생성하며, 일종의 앵프라맹스(inframince)를 형성한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따뜻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이미지들은, 삶의 필연적인 요소들 속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에서 온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허무함, 혹은 불안 등 절망적인 어떠한 것들을 가리거나 덮어낸다.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행위로 다시금 풀어내어 역설적으로 절망과 아름다움 사이의 간극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아슬아슬하고 모호한 경계가 되어 보이지 않는 시간 들을 자극한다.